엊그제 친구놈이 결혼을 했다. 부잣집 딸과 결혼을 했는데 다른 친구놈 하나가 농담을 한다.
"오늘 저 놈 보는 게 마지막일 꺼다"
계급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또 다른 친구놈은 불법 포커PC방을 운영한다고 한다. 대뜸 한 단란주점에서 아가씨 셋 따먹은 얘기를 떠든다.
어떤 놈은 명함에 대표이사 직함을 박았다. 술 먹는 폼은 십년전하고 똑같아 술이 달다. 다른 놈 하나가 민노당 내부 얘기를 해준다. 녀석은 직장 때려치고 민노당에 일하러 들어갔다. 부모님 평안하시냐고 물었더니 집에 안 들어간 지 오래돼 모르겠단다. 비가 추적거리고 있었다.
에콰도르로 가는 비행기삯을 검색해보니 이백만원이 넘는다. 그것도 고작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다. 볼리비아, 베네주엘라, 쿠바의 아름다운 연대를 떠올린다. 그 땅의 뜨거움을 느끼는 데도 족히 이백만원이 든다.
십오년 전 친구들은 모두 잘 살고 있다. 부잣집 딸과 결혼하고, 불법 PC방을 하고, 아가씨 셋을 따먹고, 대표이사 직함을 박고, 돈 안 되는 일에 정열을 팔며 잘 살고 있다. 나도 잘 살고 있다.
탑동의 밤바다, 여자애들, 패싸움, 학생주임, 술과 담배, 노름, 문예부, 역도부... 수없이 많은 일들이 떠오르지만, 뭐 하나 뾰족히 생각나지 않는다. 녀석들의 기억이나 나의 기억이나 세월에 낡긴 마찬가지고, 그처럼 낡는 걸 체념하기도 마찬가지다. 쿠바를 떠나던 게바라가 벗이었던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 예전에 감동적이었던 그 편지 문구가 지금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것처럼.
국밥집 담벽 아래
이성복
겨울 오후 국밥집 먼지 앉은
비닐 장판에 미끄러져 들어온
햇빛, 선팅한 유리 창살 격자를
죽은 듯이 눕혀놓는다 아침부터
테니스 치고 땀에 쩔어 들어온
국밥집, 오늘 하루도 벌건 국밥에
썰어 넣은 대파같이 잘도 익었구나
소주 한 병에 여섯이 달라붙어,
구이집 마담의 무성한 거웃이나
재혼한 친구 마누라 탱탱한 궁뎅이
감탄하다가, 비틀거리며 국밥집
나올 때면 부끄러워라 국밥집 담벽
아래 바르르 떠는 참대나무 앞에서
그만, 얼굴 폭 가리고 울고 싶어라
"오늘 저 놈 보는 게 마지막일 꺼다"
계급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또 다른 친구놈은 불법 포커PC방을 운영한다고 한다. 대뜸 한 단란주점에서 아가씨 셋 따먹은 얘기를 떠든다.
어떤 놈은 명함에 대표이사 직함을 박았다. 술 먹는 폼은 십년전하고 똑같아 술이 달다. 다른 놈 하나가 민노당 내부 얘기를 해준다. 녀석은 직장 때려치고 민노당에 일하러 들어갔다. 부모님 평안하시냐고 물었더니 집에 안 들어간 지 오래돼 모르겠단다. 비가 추적거리고 있었다.
에콰도르로 가는 비행기삯을 검색해보니 이백만원이 넘는다. 그것도 고작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다. 볼리비아, 베네주엘라, 쿠바의 아름다운 연대를 떠올린다. 그 땅의 뜨거움을 느끼는 데도 족히 이백만원이 든다.
십오년 전 친구들은 모두 잘 살고 있다. 부잣집 딸과 결혼하고, 불법 PC방을 하고, 아가씨 셋을 따먹고, 대표이사 직함을 박고, 돈 안 되는 일에 정열을 팔며 잘 살고 있다. 나도 잘 살고 있다.
탑동의 밤바다, 여자애들, 패싸움, 학생주임, 술과 담배, 노름, 문예부, 역도부... 수없이 많은 일들이 떠오르지만, 뭐 하나 뾰족히 생각나지 않는다. 녀석들의 기억이나 나의 기억이나 세월에 낡긴 마찬가지고, 그처럼 낡는 걸 체념하기도 마찬가지다. 쿠바를 떠나던 게바라가 벗이었던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 예전에 감동적이었던 그 편지 문구가 지금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것처럼.
국밥집 담벽 아래
이성복
겨울 오후 국밥집 먼지 앉은
비닐 장판에 미끄러져 들어온
햇빛, 선팅한 유리 창살 격자를
죽은 듯이 눕혀놓는다 아침부터
테니스 치고 땀에 쩔어 들어온
국밥집, 오늘 하루도 벌건 국밥에
썰어 넣은 대파같이 잘도 익었구나
소주 한 병에 여섯이 달라붙어,
구이집 마담의 무성한 거웃이나
재혼한 친구 마누라 탱탱한 궁뎅이
감탄하다가, 비틀거리며 국밥집
나올 때면 부끄러워라 국밥집 담벽
아래 바르르 떠는 참대나무 앞에서
그만, 얼굴 폭 가리고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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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라 기억을 만나는 거 같아요. 현실 얘기하면 다들 먼산 바라보고 있고 그래도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얘기 나오면 다들 신나서 떠들구요. 음... 이거 너무 비관적인가... ㅜㅜ 철구님 보고싶어요~
2006/05/30 01:56저두여. 이 시간까지 안 자고...?
2006/05/30 02:04두분 뭐하시는 겁니까?
2006/05/30 0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