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불량

철구'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동일노동에 동일임금

잡글 2003/01/14 14:21 by 철구
민주노총은 올해 동일노동에 동일임금 원칙을 노동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정규직/계약직 노동자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당연한 듯 보인다. 같은 시간,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혹은 계약직이라고 적은 임금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도 계약직이 있다. 이른바 수습 사원 제도인데 3개월간 수습기간을 거쳐 회사가 노동자를 테스트해본 후 정식계약을 하는 제도이다. 그 3개월간 수습 사원의 고용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사측에서도 애로 사항은 있다. 이 사람이 회사와 맞는 사람인지 어떤지 전혀 알 수 없는 마당에 처음부터 정식계약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몇 달 전 내 룸메이트가 인턴 사원으로 취직을 했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 숫자는 꽤 된다고 하는데 몇 달 후 정식계약을 할 숫자는 6명으로 정해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그때부터 이들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 시작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몸을 바쳐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회사에 비하면 우리 회사는 양심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수습'이라는 단어 아래에는 이 적자생존의 냉정한 생존원칙이 깔려있다. 회사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이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고, 이들의 안간힘을 이미 안정된 고용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선착순 열명에 이미 포함된 나는 아직 땀흘리며 선착순을 돌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버디성님이 "노동자의 생산성은 노동시간으로밖에 측정할 수 없다고 맑스는 정의했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 선착순의 세상에서 1등과 꼴등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진다. 내가 기사를 열 꼭지 썼다고 1등이 아니며, 다른 이가 기사를 못 썼다고 꼴등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착순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싸워서 그 애매한 1등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지 않다.

우리 회사도 노조를 만들려 한다. 민주노총은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의 원칙을 내세웠다. 물론 아직 관철된 것이 아니기에 법적인 강제가 있는 사항은 아니다. 우리 안에서의 선착순을 없애버릴 수 없다면 하다 못해 이것이라도 지켜야 하는 게 아닐까? 3개월 간 고용은 불안정하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한푼 뜯어먹을 것도 없는 지지리도 배고픈 회사에서 과연 난 이것을 주장할 수 있을까?
2003/01/14 14:21 2003/01/14 14:21

TRACKBACK :: http://chulgoo.com/trackback/170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1  ... 398 399 400 401 402 403 404 405 406  ... 569 
BLOG main image
비너스의 불량
불량으로 대동단결
by 철구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569)
잡글 (178)
궁상 (109)
영화 (189)
시·소설 (40)
패러디기자협회보 (6)
샤따질 (46)
textcubeDesignMyselfget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