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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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에드윈 1

시·소설 2008/08/24 17:46 by 철구



일단은 그들이 꿍꿍이를 모의하던 지난 술자리에서 시작하자. 환경미화원의 늙은 리어카 꽁무니에 붙은 타이어가 도시의 가파른 속도에 지쳐 보도블럭 위에 붙었다 떨어졌다 질척대는 늦은 밤. 목수 오야지 이씨가 1Kg에 9천9백원, 축복받은 광어를 예찬하다 문득 데모도 철구의 멱살을 쥐었다. 

 

“이 새끼야. 유서는 왜 써, 유서는? 죽을라고 올라갔냐? 살라고 올라간 놈이 유서는 왜 써 갖고 이 사달을 만들어?” 

 

사람들이 뜯어말린 후에 이씨는 글라스로 소주를 2잔 원샷한 후 모로 쓰러졌다. 밥 먹으면 졸립고, 똥 싸면 배가 꺼지는 것처럼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양했다. 방금 회 쳤지만 물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바삭거리는 광어의 눈알을 후비며 철구가 말했다. 

 

“제가 올해 서른 하난데요. 15년은 하늘을 받든다는 저기 산 윗동네에서 살았고, 나머지 반은 멀리 바라본다는 동네 지하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타워 크레인 올라가는 일이 제 인생의 집약판 같더라고요. 그 위에 올라가면 정말로 하늘과 가깝게 멀리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도 모를 울 엄니 저녁상 짓는 얼굴도 다 보이지 않을까?” 

 

철구가 얼큰하게 우울한 얼굴로 소주를 넘겼다. 

 

“그래서 썼어요. 유서…….” 

 

공사장 직영으로 잡일을 뛰는 경식이가 묵묵히 잔을 채우며 물었다.  

 

“그래서 썼어, 유서? 그래서 물망초 미스 최한테 그 유서 부치고? 외상값 쫙 깔아놓은 애가 죽는다고 유서 돌리니까 그날 현장에 뚝방 업소 아가씨들 몇 명이 출동한 줄 아냐?” 

 

“미스 최를 사랑하니까요.” 

 

“아무렴요. 물망초 미스 최, 여왕벌 미스 김 누굴 안 사랑하시겠어요.” 

 

과정이야 어찌됐든 철구는 그날 타워크레인을 오르는 사다리를 잡았다. 하지만 끝내 오르지 못했다. 7시간을 기어 올라갔지만 탑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신기하게도 내려오는 데는 5분이면 족했다. 고공 농성을 위해 타워크레인을 기어올라간 지금까지 다섯 사람 중에 랭킹 2위를 차지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랭킹 1위는 9시간 12분을 기어 올라가다가 포기하고 내려 온 크레인 기사 만수씨다.  

 

다 식은 매운탕을 뒤적이는 철근공 박씨는 농담할 기운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누군가 올라가야 돼. 평생을 이 동네에서 철근과 씨름하며 공구리쳐도 아직도 나는 날품팔이야. 같은 일을 지금까지 25년을 했는데 지금도 하루살이 계약직 노가다라고.” 

철구가 받았다. 

 

“그러게요. 왜 농성 하려고 크레인 사다리만 잡으면 탑까지 오르질 못할까요? 신기해요.” 

 

“신기한 일이 어디 그 뿐이냐? 뉴스 한 번 봐봐라. 세상이 온통 무협소설 판타지 중국 영화다. 미화건설 박사장이 결제일 날 장풍 안 쏘는 게 다행이지. 시발.” 

 

 

 

 

 

 

 

2008/08/24 17:46 2008/08/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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