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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해임

잡글 2008/08/12 13:52 by 철구
KBS 사장은 방송법 50조 2항에 따라 한국방송공사 이사회 재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임명'이다. 단순히 '임명'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해임'도 할 수 있다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장 역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대법원장을 해임할 수 없다. 왜냐면 대법원장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의하지 아니 하고는 파면될 수 없다고 헌법 106조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 사장 해임에 대해서는 법에 명시된 게 없다. 그러니까 해임을 시키지 못하는 직책이라면 대법원장처럼 '파면될 수 없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데, KBS 사장의 경우는 법에 그처럼 명시된 게 없으니 해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 측 주장이다.

이런 해석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2000년 방송법 개정 전 구 한국방송공사법은 '대통령은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임면할 수 있다'고 해놨다. 그걸 개정하면서 '임명한다'고 지금처럼 바꾼 것이다.

'임면'과 '임명'의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임면'은 임명 뿐 아니라 해임까지 포함하는 용어다. 다시 말하자면 법 개정 전에는 대통령이 '임명'과 '해임'을 모두 할 수 있었지만 이걸 '임명'만 할 수 있게 법을 바꿨다는 게 청와대 주장에 반대하는 측의 해석이다.

무엇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는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상식의 차원에서 따져야 할 문제가 있다.

감사원은 정연주 사장의 부실 경영을 이유로 KBS 이사회에 해임재청을 요청했고, KBS 이사회는 그걸 가결시켜 대통령에게 보냈으며, 대통령은 거기에 사인했다. 그리고 정연주는 해임됐다.

하지만 법조항 어디에도 KBS 사장을 '해임재청'할 수 있는지 나와있지 않고, 위에서 살핀대로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감사원과 KBS 이사회와 대통령은 일사천리 처리해 버렸다.

이게 옳은 순서일까? 이처럼 법리 해석의 문제가 남아 있는 사안이라면 감사원이나 청와대는 먼저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는지 법무부나 법제처에 문의하는 게 먼저다. 자신들이 하려는 행동이 이 나라 법 정신에 부합한지 따져보고 행동하는 게 순서인 거다.

하지만 감사원이나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법 위반이 아닌지 선관위에 문의하게 만들었던 현 집권당이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심각한 위법일 수도 있는 일을 자신들 뜻대로 처리한다.

MB 정부가 KBS 정연주 사장을 자르고 싶은 마음이야 십분 백분 이해한다. 이해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KBS 정연주 사장을 잘랐다는 게 아니다. 그것이 법에 의거하지 않은 행동일 수 있다는 게 문제이며 혹은 심각한 법적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자신들만의 해석으로 실행해 버렸다는 게 문제다.

법은 권력자의 해석을 따르는 게 아니다. 그것이 수십년 독재를 견뎌내고 빚어낸 지금 우리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2008/08/12 13:52 2008/08/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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