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얕은 노을같은 가로등에 젖었다. 조강과 임진강 사이로 파고드는 저 먼 한강 하구의 갯네가 들판과 구릉과 비탈을 넘어 반포대교에 이를 때 숨은 잦아든다. 친구들은 모두 무사하다, 다행히. 나는 내 숨이 턱턱 막힐 때까지 걷다가 들릴지 말지, 보일지 말지, 느낄지 말지 모르는 저 먼 한강 하구, 그 썰물의 갯네에 모공을 세운다. 늙은 행상의 비린 생선 리어카는 편서풍을 타고 내 곁에 머물다 가는데 나는 그 나른한 바람에 또 때묻은 세월을 씻는다. 살았구나. 살겠구나. 꿈과 욕망과 욕정, 그 간단한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살았구나. 살겠구나. 그 간단한 차이를 구별할 만큼 머리가 굵어진 지금엔 내 손에서 노을처럼 또는 해거름 물비늘처럼 반짝이던 꿈과 욕망과 욕정이 편서풍에 무참하게 씻기는 광경을 두 눈 치켜뜨고 쳐다본다.
반포대교 하단에는 어느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끌어 올려진 한강물이 컴퓨터 이진수의 리듬대로 뿜어져 춤을 춘다. 아, 나도 누군가에게 끌어 올려져 누군가에게로 뿜어지고 싶구나. 그 단단하고 허망한 물줄기 속에도 물고기는 뛰어오를 테니 아, 나도 누군가에게 뛰어 올라 그 감동대로 붙잡히고 싶구나. 밤은 얕은 노을처럼 쉽사리 어둡지 않은데...
도심의 밤은 얕은 노을처럼 쉽사리 어둡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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