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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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궁상 2009/07/06 18:22 by 철구


표준국어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꽃몸살'이란 단어가 있다. 꽃샘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꽃씨가 여무는 일에 애로가 생기는데 이것을 '꽃몸살' 혹은 '꽃주럽'이라고 부른다.

한승원은 '비몸살'도 말했다. 비가 오기 전, 기압이 낮아지면 삭신이 무겁고 쑤시다. 이게 '비몸살'이다. 덧붙여 그는 달이 뜨면 몸에 배는 우울을 '달몸살'이라고도 불렀다.

나는 '글몸살'도 말한다. 소설을 쓰는 일에도 그렇고 지금 만드는 다큐의 시놉을 쓰는 일에도 그렇다. 촬영한 인물들을 불러와 내 몸에 모셔야 그들의 심정이 써질 터인데, 그 일이 쉽지 않으니 이것은 마치 죽은 배뱅이를 초혼하는 무당 꼴이다. 산책을 하며 각각의 인물을 떠올리고, 화장실에 앉아 그들의 생활을 복기하지만 좀처럼 나는 그들이 될 수 없으니 괴롭고 무겁다. '글몸살'이다.

얼마 전부터 몸살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살이 아프니 '살몸살'이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니 '맘몸살'이기도 한 이 몸살은 그 어떤 몸살도 아니라서 마땅한 이름도 없다. 하지만 '몸살을 앓다'라는 말에는 '병에 걸렸다'는 의미보다 '어떤 과정을 겪었다'는 의미가 더 짙고, 치유된 후까지 응축하고 있는 말이니 불치병은 아닌 셈이다. 그러니까 앓고 나면 되는 것인데 나는 소주 한 병 처방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는 이렇게 먹어가는 것이고.

















2009/07/06 18:22 2009/07/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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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엽기원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의 오프라인 소설책 1쇄 첫인쇄본은 내꺼

    2009/07/0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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