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투가 난감해 전작 읽기를 고민했다. 작가는 김훈으로 정하고 서점에 갔는데 이상문학상 수상 때문인지 김연수의 지난 소설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진열대 위를 몇 번 뒹굴며 김훈과 김연수 사이를 다시 난감해 하다가 김훈으로 발길을 돌렸다. 생각보다 김훈이 쓴 책이 많아서 또 난감했는데 특히 그의 수필집은 재탕이 심해 심지어 다른 책의 서문까지 책으로 엮어 페이지를 채운다는 사실을 알기에 비용과 효과 사이에서 또 고민했다. 하지만 '풍경과 상처' 같은 오래된 책은 구할 수 없으니 결국 몇 권 고른 것으로 광화문 교보에 있는 김훈의 모든 책은 내 수중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에 돌아와 정리하는데, 책상 어디 쯤에 있던 김훈의 '칼의 노래'가 사라졌다. 또 잃어 버린 것인데 대체 나의 책들은 어디로 나다니는가? '나의 책'이라고 소유격 조사 '의'를 붙일 만한 물질로서 책도 내 손에 없고, 읽은 책도 내 머리에 남아있지 않다. 이처럼 스스로 녹아 사라지거나, 스스로 증발해 버리니 책을 촛불이나 소금에 비유하는 것일까? 사라지는 정도로만 따지자면 책은 내게 촛불과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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